자기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던 시오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내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보이지 않는 위치가 되자 "엄마, 안보여"라고 외쳐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시오가 보이는 위치로 움직이면서 "엄마 보여?"라고 물으니 "응"하고 대답하는 시오.
씻고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수건이 보이지 않아서 시오를 부르며 "시오야 엄마 수건좀 줘~"하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어딨찌, 어딨찌?" 하는 시오. "시오야 문 좀 닫아줘" 하자 알아듣고는 끙끙 거리며 문을 닫았는데 문 앞에 놓인 코끼리 인형 때문에 문이 닫기질 않았다. 코끼리를 쳐다보다가 코끼리 품에 드러눕고는 비비고 노는 시오 ㅋㅋㅋ
조금 놀다가는 갑자기 "시오 코코, 시오 코코"하며 최애 코끼리 인형을 찾길래 "시오야 저기 있네~"하고 알려주니 그쪽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찾아따~~~~"한다.
재밌게 잘 놀다가 안방 엄마 아빠 침대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혀서 한참을 울었는데, "시오야 어디에서 다쳤어 어디 다쳤어?"하고 묻자 어설프지만 "쾅~", "코코", "넘어져" 라며 상황을 설명하는 시오. 코끼리 인형이 놓여있던 자리에 누웠는데 침대 모서리를 보지 못하고 세게 눕다가 눈 근처를 부딪힌 모양이다ㅠㅠ
할머니가 주방에서 요리하다가 기구를 떨어뜨려 쿵 소리가 나면 "함모니, 함모니" 하고 울상을 하며 다가가서 할머니를 안아주고 토닥이기도 한다. 내가 의자에 발을 부딪혀 아파하며 쭈구리고 있을 때도 "엄마, 엄마"하며 울상을 하고 다가와서는 같이 울 거 같은 얼굴로 토닥여주고. 아픔에 공감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 18개월 아가도 타인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구나 싶어 너무 놀랍다.
최근에 또 너무 놀랐던 시오의 모습은,
어느 날 갑자기 시오가 신발장 근처에서 놀다가 현관문 고리를 아래로 내리고 문을 열려는 시도를 했다. 너무 놀라서 "시오야 어디가~~"하고 외쳤는데 순간 시오가 내 뱉은 말은 "포앙"
2주간 같이 지내던 시오 친할아버지가(나에겐 아버님 :)) 이번 주는 포항에 아버님 댁으로 내려 가셨는데 시오가 할아버지 가신 곳이 포항인 걸 알고 있었고, 어디 나가냐는 내 말에 포항이라고 답한 것... 그걸 들은 어머님과 나는 그 자리에서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꺼억꺼억 웃었다.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시오야 어디가니, 시오야 어디가고 싶어, 할아버지 어디 계시지 등과 같은 질문에 "포항~"이라고 대답한 시오.
"시오야 포항에 누구 만나러 가고 싶어~?" 하면 "하부지~"라고도 답하던 시오...짠하면서 기특하면서 신기한 내사랑 시오. 이제는 어른들이 하는 말 소리를 계속해서 따라하고, 두 단어 이상 붙이면서 문장과 유사한 형태로 말하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다. 좀 전에 발생했던 상황을 묘사하기도 하고 질문을 듣고 답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시오가 완벽한 형태의 문장으로 말할 것만 같아 기대되면서도 무섭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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